스스로와 감정을 분리해 관찰하는 작업을 지속하며 살다 보면, 재밌는 현상들이 보인다.
내가 타인과 어떤 현상과 환경을 대할 때, 자동으로 프레임을 씌우는 과정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인간이 무엇인가를 판단할 때 자기만의 색안경으로 그것을 투과하여 판단한다는 것은 아주 흔한 이론으로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일텐데, 이제 이 과정을 나는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거. 그래서 그것을 일일이 부수고 거부할 때도 있고, 귀찮을땐 대충 넘기기도 한다. 한번 그렇게 거부한 프레임은 잘 돌아오지는 않는데, 문제는 다시 돌아온 프레임을 수락하면 다른 부서진 프레임들도 되살아난다는 부작용이 좀 있다.
그러다보니 타인이 나에게 어떤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보인다.
그 프레임을 거부하는 것도 재밌고, 박살내는 것도 재밌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재미있다. 이것은 뇌의 자원을 아끼기 위해서 인간이 본능적으로 행하는 행동인데,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프레임을 씌웠냐에 따라서 내가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타인과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다. 어떤 사람이 나를 표독스럽고,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으로 설정했으면 나는 필연적으로 그 사람에게 그런식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게 되고, 또 다른 사람은 내가 자비롭고 상냥하고 관대한 사람으로 이해했으면 나는 마치 여우에 홀린 마냥 그 사람에게는 그저 자애와 용서밖에 줄 수가 없게 되었다. 이게, '내가 타인에게 씌운 프레임' 때문에 여태까지 타인이 내게 그렇게 행동하는 건 줄 알았는데, 반대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결국 인간의 프레임이라는 것은 상호의존적이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어쩌면 '저 사람이 저런 프레임을 나한테 씌웠을 것이라는 나의 프레임'을 내가 캐치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여튼.
관련해서 참 할 말도 많고 속터지는 건들도 좀 있는데, 말한들 뭐하랴. 변하는 것도 없고 또 새로운 프레임만 만들겠지 뭐.
그런데 이렇게 프레임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깨닫고나니(그리고 어떻게 상호작용하게 되는건지도 나름 이해는 된다) 나름의 문제상황 파훼법 같은게 좀 생겼다. 이게 매우 흥미로운 지점인데, 이미 알고 있었던 파훼법이 어째서 실작동하는가에 대한 깨달음에 가까운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건데 이거는 다음에 또 기회되면 내 언어로 정리를 해 봐야 할 듯 하다.
내 영혼의 결 찾기 (0) | 2024.11.24 |
---|---|
20241124 (0) | 2024.11.24 |
내가 얻었던 단 하나의 진리 (0) | 2024.11.11 |
귀환 (0) | 2024.11.11 |
요즘 꽂혀있는 것 - 오라소마 (0) | 2024.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