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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얻었던 단 하나의 진리

DIARY

by 나이트플로우 2024. 11. 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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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단 하나냐면, 아직 수행이 미숙하여 하나밖에 못 얻어서 그렇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도 너무 귀하고 값진 깨달음이라, 이것만 가지고도 앞으로 몇 년은 스스로를 닦아야 할 듯 하다.

 

인생의 고통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왜 인생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좆같은가에 대한 끊임없는 자문자답 끝에 깨달은 정답은 삶의 고통 대부분은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오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 사안에 대해서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모두가 잘 알리라 생각한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하고, 인정하고, 사랑하기.

내가 처한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삶이란 거대한 꿈을 포용하고 인정하고 즐기기.

이 거대한 숙제를 이제는 거의 다 풀었다. 남아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꽤 많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놀랍도록 많이 풀었다. 이게 해답이었다. 이거만 해결했더니 나머지 문제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것을 가지지 못해도 괜찮았고,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았다. 슬픈일이 생겨도 괜찮았고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해도 괜찮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도 괜찮았고, 바보같은 짓을 해도 괜찮았다. 왜냐면 내가 나를 사랑하니까, 이것은 엄청난 감각이었다. 내가 나를 더 이상 해치지 않는 것. 마음 깊이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는 것.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머리로 생각해서 어떻게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자기애적 성격장애나 대책없는 낙관주의 등으로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과 다르다. 그냥 내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은 타인을 깎아내리거나 상처주며 스스로를 장식하는것이나 당장의 감각적 만족을 위해 미래에 대한 대비를 포기하는 것과는 다르다. 

 

스스로를 허용하면 타인도 허용하게 된다. 내가 있는 그대로 존재하듯 그들 역시 있는 그대로 존재해도 괜찮아진다. 물론 그들이 나에게 피해를 주면 화가 난다. 그러나 그저 일어나는 감정일 뿐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게 된다. 나를, 타인을,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존재하도록 허용한다는 것은 내 마음속에 일일이 일어나는 감정과 그들의 존재를 분리하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다.

 

그렇게 되고나면, 문제를 회피하려는 마음이 사라진다. 불안함이 사라진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미워하게 될까봐 두려워하던 마음이, 더 이상 그 공격이 자신을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현실의 고통과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고통은 고통인데, 그게 그렇게 치명적으로 괴롭지 않다. 단지 감정으로만 스쳐지나갈 뿐, 그것이 나를 상처입히거나 내 삶을 망가뜨리지는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즐겁다. 한 달이 통째로 삭제될 만큼 혹독한 시간을 보냈는데도 매일 아침 즐겁게 출근했다. 왜냐면 그냥 내가 나로 사는게 즐겁고 좋아서. 막 해외 팝송이나 로맨스코미디 영화처럼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 맘에 들어 눈을 못떼겠다~ 뭐 이런 느낌은 아닌데 그냥 내가 나 인게 너무 당연하고 편안해지니 그냥 근심과 걱정, 뾰족뾰족하게 가끔 올라오던 알 수 없는 공허하면서도 날카로운 감정이 싹 사라졌다. 신기하다.

 

 한 때는 뉴질랜드로 뛰쳐나가서 몇 년을 살아도 봤고, 잘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고 이직도 밥먹듯이 일삼았다. 한 자리에서 일정 시간 이상을 보내면 미칠 것 같았다. 너무 답답하고, 지긋지긋해서. 내가 아무리 날뛰어도 바뀌지 않는 상황과 사람들이 짜증이 났고, 더 이상 여기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면 속에서 부터 열기 같은 것이 터져나갈듯이 차올라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래서 매번 뛰쳐나갔다. 만나는 사람도 자주 바꾸었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다가, 어느 순간부터 관계가 정체되고 침체되면 그 사람들과 멀어졌다. 그렇지만 그 뿐이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장소... 처음엔 신선했어도 곧 익숙해지고 나면 같은 답답함이 차올랐다. 당연했다. 아무리 주변을 바꾸어도 소용없었으니까.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 나는 내 자신은 내가 지구의 반대편까지 도망쳐도 절대로 떨어져 나가지 않고 내 옆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바꾸고 싶은 것은 사는 나라도, 다니는 직장도, 주변 사람도 아닌 사실 내 자신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삼십여년을 살고 뒤늦게 깨달았다.

 

깨닫고도 그것을 행하는데는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 총 3번 정도가 되는데,이게 한 번에 3년은 족히 잡아먹는 듯 하다. 시꺼멓게 꼬여서 뒤틀린 마음을 정화하고 바로 세우는데 3년이 걸렸고, 사람 구실하고 향상심을 품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이 되는데 3년이 또 걸렸으며,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어 보다 깊고 넓고 단단한 사람이 되는데 또 3년이 걸렸다. 이번 3년은 이것인듯 하다. 스스로를 무한하게 수용하고,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을 허락하기. 가지지 못한것을 얻지 못하고, 버려야할 것은 버리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세상의 잣대로 판단하고 가치를 매기지 않기. 

 

자기수용에 대한 깨달음은 늘 왔다가 가고,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드디어 때가 된 모양이다. 이제는 확신이 선다. 내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완전히 수용하여 스스로와 하나가 된다면 세상에 그 무엇도 고통스럽고 괴로울 일이 없을 것이란 것을 이제는 몸으로, 마음으로 완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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