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내 인생 최고의 금성오일.
국내에서 구하기 애매한 재료를 프랑스에서 직구해서 사들였다. 뭔지는 비밀.
원래 레시피를 카페든 여기든 공개하기는 하는데 뭔가 내가 여태 써왔던 것들과 비교가 안되는 궁극의 금성이 되어버려서 이건 누구 알려주기도 애매하다. 아무튼, 500ml 제조하는데 또 돈 깨나 썼다. 아보카도 오일에, 로즈 앱솔루트와 기타 등등의 고급재료를 아낌없이 넣었다. 마조람이 신의 한 수였다. 넣을 재료 다 설계해 놓고 보니 바람원소가 부족해 무엇을 넣어야 좋을지 고민하다가 뜬금없이 마조람에 꽂혀서 주문했다. 막상 더해보니 향도 에너지도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오일의 기운이, 고혹적이다. 오일을 만들 준비를 하는 주에는 늘 완성될 에너지와 흡사한 기운을 감지하곤 하는데, 최근에 내가 느꼈던 에너지는 예술에의 도움, 예술적 작업에의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금성 에너지였어서 그냥 즐겁게 일을 하게 도와주는 걸 만들겠구나~ 했는데 웬걸, 아주 고혹적이고 도도한 귀부인같은 에너지의 오일이 완성됨. 대체 내가 느꼈던 그 에너지들은 뭐지? 했는데 그건 이번에 구입한 오라소마 포맨더(요새 좀 빠져있다)의 효과였던 것으로. 아무튼, 대충 리딩을 해 봤을 때 애정과 미용 등 금성적인 작업에 다양하게 쓰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랑과 자비, 그리고 셀프러브에 아주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요새 자비와 사랑과 관련된 수행을 진행하면서 내 마음에 맺힌 것들을 풀어내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단기간에 아주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사소한 거에 쉽게 자극받고 타인을 판단하려고 하는 습성은 남아있지만, 그 순간 알아차리고 제깍 풀어내는 코어근육과 같은 힘이 생겼다. 그렇지만 부모와 관련된 것은 여전히 쉽지가 않았는데-오늘 좀 재밌는 일이 있었다. 엄마와 나 사이에 몇 년 째 유지되던 팽팽한 기운이 해소되었다. 딱히 그 어떤 에피소드나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일시에 소강상태가 되어버렸다. 찾아온 엄마와 대게(ㅋㅋㅋ)를 조지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그냥 내가 갖고 있던 크고 작은 염증덩어리같던 미움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냥. 아무일도 없었는데. 푸쉬식 하고 잔뜩 날 서 있던 마음들이 가라 앉고, 평소같았으면 언성까지 높여가며 싸울 일이었을 엄마의 잔소리 레퍼토리도 그냥 아무런 자극도 없이 일상적인 대화의 소재로 흘려보내어졌다. 이게 가능해졌다니. 정화에 평생을 투자해도 절대 안될 거라 생각했는데.
특이한 것은, 이게 오일을 만들기 전 시점이라는 것이다.
오일을 만들 준비를 끝내놓고 (금요일이니까) 엄마가 찾아온다고 했고, 찾아왔다. 그리고 평소처럼 싸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불시에 그 마음이 맥 풀리듯 탁 사라지며 괜찮아졌다. 그리고 엄마와 거의 십여년만에 편안한 시간을 보냈고,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깊은 오해를 풀 단서 실마리를 하나씩 얻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말초신경 구석구석 끝까지 번지는 편안함을 느끼며, 한 숨 자고 일어나자마자 정화작업을 하고 오일제작을 시작함.
나는 냉침방식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병을 씻고, 재료들과 병을 소독하고 그냥 담기만 하면 끝인 간단한 작업인데 이번 오일은 특이하게도 제조하는데 한시간 가까이 걸렸다. 왠지는 모르겠다. 그냥 시간이 그렇게 지나 있었다. 만들다보니 알게되었다. 내가 했던 기도들과, 그간의 정화로 만들어온 디딤돌들에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오일의 에너지가 동시에 작용하여 거대한 암세포같았던 감정을 그냥 종기짜듯 쪽 짜내고 끝내버렸다는 것을.
내 삶에 커다란 문제라고 여기는 것들, 의외로 손쉽게 풀릴 때가 많다. 특히 정화를 하다보면 더더욱 그렇다.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의 문제들이 정말 상상치도 못하게 쉽게 풀어져버릴 때가 가끔 있다.
오랜만에 그런 경험을 했다. 마음의 문제란 것은 늘 그렇게 얕은 것만은 아니라서, 또 엄마에 대한 원망과 불만이 올라올 때가 분명 있겠지만, 그땐 또 그때가서 고민해야지.
이번 금성 오일에다가 저렇게 거창한 부제목을 단 이유는 단순하다. 정말로 내가 여태 써 본 금성 오일들 중 최고다.
항상 나는 내가 만든 것에 애매하게 자신이 없었다. 주변이들이 공효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해도, 뭔가 자부심이나 자신감을 느끼기 보다는 그걸 작동케 하는 힘들에게 경이와 경외감 비스므레 한 것을 느낄 뿐, 내 능력에 대해서 어떤 확신이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 것은 아님. 그냥 만들고, 섞고, 숙성 전의 첫 향을 음미하는데 여태 내가 써 왔던 정말 무수히 많은 금성 오일들과 비교할 수 없는 '내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금성적인 힘' 그 자체였다.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그래서다. 내가 정말로 필요했던 그 힘 자체기 때문에 저런 대단한 수식어를 붙였는데, 타인에겐 아닐 수도 있어서. 이런 걸로 소심해하고 하는 인간은 아닌데, 그냥 좀 그렇다. 뭔가 나만의 소중한 영역 같은거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늘 부족한 행성적 에너지라 오일이나 다른 세션같은 것으로 늘 보강해줬어야만 했는데 또 한동안은 이걸로 살 수 있겠다. 곧 추석이니 달 오일이나 좀 구상해보도록 해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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