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법 오일 제조.
태양오일을 담았다. 최근 태양 에너지 필요하다 노래 부르긴 했는데 마침 9월 1일이 일요일이길래, 기다렸다가 해 뜨자마자 상응수 맞춰서 뚝딱 제작했다.
방법과 레시피는 여기에.
https://cafe.naver.com/undefinedmagick/266
언제나처럼 약간의 공식에 직관을 더한 레시피이긴 한데, 확실히 적은 량(이번에는 500ml 담았다)에 에센셜 오일 비율을 아주 높여서 담으니 오일 첨가할 때 마다 에너지가 확확 변화하는 게 느껴졌다. 즐거운 실험이었음.
담고 나서, 태양 에너지를 충전하고 수리야 만트라를 한 뒤 태양 명상을 했는데 바로 그 직후에 재밌는 일이 조금 있었다.
하기 싫었던 외주가 취소 되었다. 일에 비해서 너무 적은 금액이긴 했지만, 금액만 놓고 봤을 땐 결코 작은 돈이 아닌지라 뼈 아플만도 했는데 되려 속이 너무너무 시원한 것이다. 애초에 내 가치를 절하시킬만한 금액의 일을, 돈 몇 푼 쥐어준답시고 갑질할 의사가 충만한,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갑질하는 와중에) 통사정하며 맡긴거라서 정말 하기 싫었는데, 아는 사람이라 마음이 약해지고, 그 몇 푼의 돈에 마음이 약해지고, 눈 딱 감고 해보자 하는 마음에 받았던 건데 이렇게 취소되어서 너무나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게 되었다.
그러고나서 오는 아주 통렬한 깨달음이 있었다.
다시는 내 가치를 깎아먹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프리랜서 시절엔 그랬었다. 그리고 그게 맞았다.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였어서 그냥 오는 일 별 불만 없이 해 줬고, 가격을 후려쳐도 그냥 어쩔 수 없이 해주곤 했다. 그리고 웃긴게, 부르는 가격이 낮을 수록 클라이언트의 매너도 함께 떨어졌다. 갑질은 기본이요, 실제 해당 작업을 하는 전문가의 조언보다는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나오는 카더라를 더욱 믿었다. 그들이 보고 들은 것들이 죄다 거짓인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그들의 짧은 전문지식 안에서 곡해되고 왜곡되어서 말도 안되는 결론으로 도출되었고, 그들 식의 그 결론은 그대로 실작업하고 있는 나에게 투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내가 한 작업에 대한 비용이 그대로 내 주머니에 꽂히는 거라서, 그냥 닥치는대로 했다. 해달라면 해주고, 어지간하면 맞춰주고 그랬다. 말투와 기운과 생김새가 센 편이라, 오프라인에서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났던 클라이언트들은 다행히도 그렇게 무례하진 않았지만, 온라인으로 들어오는 일들은 참 각양각색의 문제들이 많았다. 그래도 뭐, 어쨌든 했다. 한달에 삼백을 벌든 팔백을 벌든, 오는 일을 거르지도, 마다하지도 않고 그냥 닥치는 대로 했다. 모든 게 다 돈으로 직결되니까.
그러다가 작년 이맘때 쯤 해서, 지금의 회사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함께 일한 것은 올 초부터였으며, 그 간 많은 것을 배웠다. 첫번째는,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껴입고 돈받으려고 하지 말자" 였고, 두번째는 "생각보다 단순 기술력 이상의 가치가 내게 아주 많다" 였으며, 세번째는, "사람의 품격은 결국 그 사람의 환경이 만든다" 였다.
실제로 기업을 운영하고 끌고 나가고 있는 사람들 옆에서, 그 태도와 행동거지와 마인드를 보고 배우다보니 깨치는 것이 너무 많았다. 내가 저렇게 글 몇 줄로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백날 자계서 몇십 몇백권 읽고 해봐야 직접 경험 한 달 해보느니만 못하구나, 싶은 어떤 깨우침이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릇은 아직 소인배라서 '헤헤 내가 이런 빡빡한 조직 안에서도 어떻게든 먹히는군!' 따위의 생각이나 하고 있었는데, 오늘 태양의 힘을 일깨우는 작업을 하다보니 그 간장 종지만하던 그릇이 다소 업그레이드 되는 깨달음이 마음속에서 갖추어 진 것이다. 약간 게임 무기 강화 성공한 듯한 효과음도 났었을 것 같음 솔직히.
저런 류의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다. 네 가치에 맞춰서 일하라, 가격 후려치기 하지도 말고 당하지도 말아라, 그게 네 가치를 낮춘다 등등. 그러나 말로 듣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깨우침을 얻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아, 이걸 어떻게 말로 풀어서 설명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설명을 시도할 수록 감흥이 떨어져서 말을 줄이도록 하겠다.
요약하자면, 내가 아둥바둥 살고 무엇인가에 쫓기듯 돈을 주는 방향을 향해 쫓아다니던 것을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는 어떤 강렬한 깨달음이다. 한 때는 그랬어야만 했다. 그 간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런데 이젠 그것을 졸업하고, 좀 더 큰 마음과 의식으로 더 큰 일을 하기 위한 발돋움을 해야한다는 그런 류의 깨달음이 왔다. 농담삼아 "올 해는 펜타클의 시련의 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사실 태양의 시련이었던 것 아니었을까.
글로 옮겨 놓으니 시시하고, 남의 이야기라면 더 시시했을 법한 이야기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후라이팬으로 머리 한 대를 맞은 듯한 충격적인 깨달음과, 요가 이후 이완하고 누워있을 때 밀려오는 것과 같은 이완감, 그리고 얻은 지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막중한 고뇌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사건이었음.
얼마전에 지인이 왜 자꾸 위치크래프트로 하이매직을 하려 하냐고 뭐라 했었다. 평소 그 친구 말 들어서 손해본 게 하나도 없고, 괜한 말을 하는 사람도 아니어서 그게 뭐가 잘못된건가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음 잘못 없는 듯. 이 맛에 마법하는 거지.
아무튼, 태양 오일이 숙성되어 가는 이후 30일간 또 무슨 깨달음과 지혜가 올 지 너무너무 궁금하고 설렌다. 다음 얘기는 뭔가 생기는 대로 포스팅하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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