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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by 나이트플로우 2024. 5. 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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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이 너무 재밌고 일상을 꾸려나가고 자기계발하는 것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너무 재밌어서 오컬트가 살짝 뒷전이긴 했는데 어제 얻은 나름의 인사이트가 있어서 글을 씀.

 

 난 요새 흔히들 말하는 대문자 T인 사람이다. 공감능력이 없다기 보다는 선택적 공감을 하는 편이고 딱히 나와 상관 없는 일에 들어가는 감정의 소모를 원천차단한다. 어떻게 보면 되게 냉정하고 인정머리 없어 보이는 거 나도 알긴 하는데 이게 진짜 에너지 보존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음. 내 나름 이 오지랖의 사회 속에서 자생하며 진화해 온 결과인 것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 지 관심이 없을 수록, 세상의 부정적인 뉴스에 동요하지 않을 수록 인생은 단순하고 행복해진다. 내 삶이 불만족스럽고 채워지지 못한 욕망 때문에 결핍을 느끼는 인간일 수록 타인의 불행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사람이 점점 삭막해지고 삶의 모든 긍정적인 감정을 성취와 결과에서만 얻게 되더라.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 사소한 행복, 일상의 잔잔한 기쁨을 누려야되는데 그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드는 에너지가 너무 많은 것 같고 그게 아깝게 느껴졌다. 당장 폰만 켜면 즉각적으로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데 왜 내가 굳이 현실의 어떤 작용들에 서사를 부여하고 거기에 감정을 이입하고 스스로를 대입하며 뇌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호르몬들을 쥐어짜내야되지?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발목잡고 있었음. 그런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적은 없고 그냥 자체적으로 좀 이 짓을 그만둬야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뭔가 살면서 중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였다.

 

 그래서 한 일주일 쯤 고민에 가까운 사유를 했던 것 같음. 그러다가 내린 결론이, "일상의 작고 사소한 것들에게 감사하고 거기서 행복을 느끼는 연습을 하자" 였는데 이게 너무 어려운거다. 그냥 습관이 안되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결심이 그렇듯 그저 한 순간의 각성효과만 내고 망각의 영역으로 넘어가버려서 그런 것인가 생각을 하다가 어제 문득 HGA와 함께 명상을 하다 깨달은 것이, 내가 너무 감수성을 꽁꽁 싸매놓고 산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아주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성적인 인간이다. 글을 10년 넘게 썼고 많은 소설과 서사들을 읽고 음미하는 것이 내 유,청소년기의 주된 삶의 목적이었다. 감수성이 풍부하면 삶의 득도 두 배, 실도 두 배다. 잎새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고, 낙엽이 굴러가기만 해도 꺄르르 웃는 스스로의 감정의 선을 주체 못해 주변이들과 나의 삶을 종일 혼자 미워하고 사랑하고, 오랜 시간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지는 해와 부는 바람을 감상하다가, 갑자기 밀려드는 영감을 주체 못해서 글이든 그림이든 밤새도록 쓰고 그린다. 그럴 때는 피로도 모른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달을 작업하다가 어느 순간 방전된다. 그리고 또 스스로를 관통하는 세상의 흐름을 음미하고만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사회에서, 특히 내 조국의 문명과 문화 속에서 그다지 인정받고 보호받지 못하는 특질이라 나는 그런 자신의 면을 꽁꽁 포장해서 내부에다가 예쁘게 모셔뒀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기도 해서, 어디다 쑤셔박거나 억지로 억압하지는 않았음. 반짝이는 홀로그램 박스에다 담아서 장식용인 척 구석에 올려둔 정도. 그런데 어제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느끼는 이 이유없는 공허감이 이걸 억제해서 드는 것 아닐까 하고.

 

 얼마전에 영적 성장에 대한 타로를 봤다. 정화의식을 하고 나름 각잡고 봄. 영성이라고 하는 것은 그저 방구석에 앉아서 염불만 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생과 내 영혼의 여러 방면이 두루 성장해야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영적 성장을 균형감있게 진행시키려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나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도,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영 엉뚱한 것을 붙잡고 있었을 때가 많다. 그 또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 못할 것도 없다만.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결과값이 나올까 했는데 "감정의 해방"이라는 키워드를 얻었다. 그때는 그 말이 공감도 잘 안갔고 뭐 어쩌라는 것인지 내가 타로를 그지같이 뽑았나 하고 넘겼는데 이제 뭔 말인지 너무 잘 알겠음.

 

 어제 저 깨달음-봉인해뒀던 감정과 감수성을 열기-을 얻고, 갑자기 알 수 없는 평온함과 안정감이 밀려옴. 창문을 열어두고 몬스테라에게 바람을 쐬어주는데 불어오는 밤 바람이 너무 설레더라. 아무 일도 없고 아무 일도 없을 예정인데 마음이 두근거렸다. 이제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삶의 중심도 어느정도 잡혔으니 내가 내 본성을 어느정도 꺼내놔도 되겠다 하는 판단이 들고 나니 희한하게 살아있길 잘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참 남들에 비해 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편이긴 한데도 은근 통제하고 가둬둔 스스로의 모습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하고싶은 것 다 함"의 기준이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를 부합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있는 힘껏 다 함, 이었던 걸 수도 있겠지. 아무튼 그렇게 '재미는 있겠지만 필요는 없다'고 여긴 자신의 어떤 면을 끄집어 내 놓을 생각을 하니 너무너무 설레는 것이다.

 

 그러고나니 깨달은 것이, 지금 내가 겪고있는 두 가지 문제가 이것만으로 다 해결이 될 것이라는 확신. 첫번째가 바로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 감사하고 행복감을 느끼기, 그리고 두번째가 영적 감각 증진이 어느정도 진행되다 계속 막히는 구간이 발생하는데, 그 구간에 대한 극복. 내가 좌뇌로만 오컬트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늘 있긴 했는데 그래도 뭐 어쩌겠어, 이게 나 인걸 하고 그냥 체념하고 있었는데, 그게 '나' 가 아니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좋아. 지금 어젯밤부터 해서 계속 여행 전날의 기분으로 마음이 설레고 있다. 이게 진짜 나의 해방 일지지 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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