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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컨트롤하기

DIARY

by 나이트플로우 2024. 5. 1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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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전후로 해서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몸과 마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안정하는데 시간이 2주쯤 걸렸다. 한 열흘이 지나고, 그제가 되어서야 비로소 아, 이 곳이 내 집이고 내 공간이구나 하는 것을 몸이 받아들이는 게 느껴졌다.

이게 몸과 마음이 불안정하고 붕붕 뜨니까 즉각적으로 도파민이 주어지는 활동에 사람이 매달리게 되더라. 유튜브라던가 컨텐츠 찾아 읽기라던가. 큰 충격을 받아 현실 도피하고 싶을 때 일어나는 현상 수준으로 그런 곳에 매달리게 됐다. 특히 이놈의 숏츠들. 한번 들어가면 헤어나올 수 없고, 안봐야지 하고 폰을 꺼도 나도 모른 사이에 홀린듯 켜서 다시 보고 있다. 이게 제일 무서웠다.

그리고 환경이 바뀌어서 마음이 괜시리 불안하니까 계속 유튜브를 켜놓게 됐다. 나는 TV 없이 자란 사람이라서 당연히 이번에도 TV를 들여 놓지 않았는데, 그러다보니 인위적으로 인기척을 만들고 싶을때 죙일 유튜브를 켜놓게 된다. 켜놓으면 또 보게 되고, 보다보면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고 앉아서 쭉 끝까지 시청하게 된다. 예전에 뉴질랜드에 있었을 때 매일매일 이랬는데, 그때는 ‘외로워서, 불안해서 그렇다‘ 라고 제대로 인지하고 있긴 했지만 그걸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안했었는데 지금은 아님. 하 내가 왜이러지 왜이러지 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했는데, 바뀐 환경에 적응되고 났더니 자연히 그만두게 됐다. 쓸 데 없는 정보와 화상으로 뇌를 채워넣는 짓을 그만두니까 다른 것에 집중하기가 훨씬 쉽고 가뿐해지고 다른 머리를 쓰는 일 자체에 다시 재미를 느끼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SNS만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거 진짜 가만 누워서 손가락만 까딱이는 일인데도 정말 온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는 일이다.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정보를 우겨넣고 그걸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온갖 희노애락을 느끼는 작업은 뇌에 대단한 피로도를 가져온다. 그런 식의 피로를 쌓아가다보면 일상과 일 뿐만 아니라 수행에도 당연히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음. 매일 하는 저녁 기도와 만트라를 제외하고 명상 및 영적 작업도 스탑했다. 수성역행이 겹치기도 했고 모종의 사유로 영감이 좀 떨어지기도 했어서 그냥 영존재들에게도 공양만 올리는 정도로만 스피릿 라이프를 유지했음. 이러다보니 좀 드는 생각이, 내 삶은 내 성질머리와 팔자때문에 끊임없이 펼쳐지는 새로운 일의 연속인데 매번 이렇게 현실에 적응하고 현생을 굴리느라 십년간 영적 진보가 더뎠던 거 아니었을까 였다. 음 가능성 없지 않아.

아무튼 그래서.
모든 것이 다 맞물려 작용을 했을 테고, 기력이 없으니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컨텐츠 시청에 매달리게 되고, 그러다보니 과도한 정보가 쌓여 더더더 뇌의 자원이 부족하고 피로가 누적이되는 사이클이 반복되었을 테지만, 여튼간에 이번 분기의 결론은 정말 [즉각적인 도파민 보상] 은 백해무익이라는 것. 이걸 딱 그만두게 된 계기가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히 몸의 적응, 마음의 차분해짐의 단계를 넘어서 영존재의 작용이 있긴 한데 말이지. 이건 있다가 다른 포스트에서 계속 써보도록 하겠음. 뭔가 뒤죽박죽으로 결론을 낸 거 같긴 하지만 교훈은 확실하다. 물밀듯 밀려오는 잉여 정보들과 틈만 나면 그것으로 뇌를 채워 넣으려는 공허함에게서 스스로와 스스로의 도파민 수용체 지키기. 늘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며 스스로를 컨트롤하기. 그런 불량식품같은 즐거움 말고 어떤 즐거움과 보상으로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고 훈육할 것인지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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