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컴백.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단 이사. 귀국 이후부터 계획을 어렴풋이 하고 있긴 했지만 시기를 딱히 정하진 않았는데, 별 것도 아닌 일에 욱하는 마음에 갑작스레 독립을 저질렀다. 집을 알아보고 이사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 까지 2주도 채 안걸린 것 같다. 원래 한 번 해야겠다 생각이 들면 불도저처럼 밀고나가는 성정이라 처음 찾아간 부동산에서 눈여겨 본 오피스텔 건물들 매물 하루만에 싹 다 돌아보고 그날 저녁에 바로 결정했다. 내가 원했던 조건이 10평대 / 복층 두가지였어서 한정된 범주내에서 빠른 진행 가능 했던듯. 한 일고 여덟개를 둘러봤던 거 같은데 리딩 해서 제일 마음에 드는 곳으로 골랐고 지금 열흘 정도 살았다. 텍스트로만 나열해놓으면 남들은 살짝 기피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조건들인데, 빛과 고음에 예민하고 분위기에 민감한 내가 살기 딱 좋은 환경이라 만족스러움.
일조량이 해 떠서 해 지기까지 일정해서 좋고, 방음샷시 처리 다 되어있어서 문 닫으면 차 소리도 안나서 좋음. 복층이라 층고가 높아서 갇혀있단 느낌이 나지 않아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건물 주변에 대규모의 회사 빌딩들이 산재해 있고 강도 있고 산도 있고 번화가도 있어 주변 기운의 흐름이 밝고 활기차다. 다만 정면에서 해가 들어오는 시간이 없어서 분위기가 음해질 수 있을 거 같아서 열심히 에너지 작업 틈틈이 해주고 있다. 건물자체는 아주아주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데 그래도 오래된 건물이라 층간/벽간소음 무시할 수 없을 거 같은데,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상하좌우에 사는 사람들이 죄다 무기력해서 아주 조용하다. 뭔가 스멀스멀한 타인의 우울의 바이브가 느껴져서 에너지작업 화이팅 하는 중.
그런데 이게 문제가, 내가 집 이사 하겠다고 날뛰는 시기와 맞물려서 회사 사무실도 이전했다. 본사는 서울에 있고 나는 지역에 있는 지사에 있는데, 지사의 헤드 되시는 분들이 본사 등등의 일로 종종 자리를 비우셔서 내가 팀원들 데리고 이사를 진행했다. 이게 참 별 것 아니다 싶었는데 의외로 신경써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이사한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도록 우리 팀원들은 아직도 업무는 커녕 맨날 다이소와 쿠팡 뒤지면서 필요한 물건 채워넣는 중이다. 여튼, 그렇게 사무실 이사와 집 이사를 연달아 이삼일을 내리 하고 났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영성이고 수행이고 죄 뒷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사무실 이전 후 이래저래 쉴 일이 생겨서 일을 5일 정도 내리 쉴 수 있었고, 또 오늘 어린이날 대체공휴일까지 해서 3일을 연달아 쉬고 났더니 이제 적응이 좀 되서 몸도 마음도 안정이 되었음. 안정이 안되었다고 말을 하기엔 무안할 정도로 첫날부터 지금까지 매일매일 8시간씩 꽉꽉 채워서 아주 잘 자고 있긴 했는데, 그거랑 또 별개로 뭔가 익숙하지 않은 붕 떠있는 기분이 있었는데 그게 오늘에서야 비로소 가라앉았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당분간 차근차근 포스팅해볼 예정이다. 한 2주 한가했던 것이 무색하게 또 외주니 강의니 연락이 물밀듯 밀려올 기미가 보이긴 한데, 그래도 기록을 하지 않으니 시간과 기억과 기타등등들이 마치 모래 움켜쥔 것 마냥 의미없이 흘러가버리는 것 같아서 어떻게든 써보도록 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