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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오일 제작기 9 - 마법오일은 만들어 쓰자

BOOK OF SHADOW

by 나이트플로우 2024. 3. 4.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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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곧내.
어쩌면 마법오일 제작기 쓰는 내내 내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단 하나의 문장.

여태까지 만든 내 오일의 셀프 + 지인들의 피드백을 모아봤다.

일단 사랑과 뷰티를 위한 01 Ever Rose. 뭔가 좀 원소를 치우치게 사용한 것에 비해 금성적 성향이 강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화성적 성향도. 다만 확실한 것은 즐겁고 유쾌해진다. 굉장히 high하게 들뜨거나 설치게 되는 게 아니라 날카롭던 신경이 가라앉고 마음이 잔잔하게 즐거워져서 월요일 출근에도 콧노래가 나오는 에너지다.
금성과 화성의 배합이 딱 맞아 떨어져서 조화를 이뤄 즐겁고 부족한 마음이 없어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듦. 실제로도 뭔가 결핍에 집착하고 있던 마음의 부분이 살짝 내려놓아진다.
지인들을 만날 때 사용하면 그 날은 날카로운 감정이나 상처를 주거나 입힐 수 있는 말이 전혀 오가지 않는 즐겁고 유쾌한 자리가 된다. 두고두고 따뜻했던 만남으로 기억할 수 있는 순간으로 남게 된다. 내가 의도했던 바랑 살짝 어긋나긴 하는데, 오히려 좋아. 이것이 락슈미 데비의 힘인가 함. 그리고 확실히 락슈미께 가피를 청하며 만들어서 그런가 금전의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두번째, 정화를 위한 02 Cleansing Punch. 영혼에 바르는 알보칠이 됐다. 전방위적인 클리어&클렌즈를 위해 만들었는데 365일 돌리는 탁기정화기가 있어서 그런가 공간이나 장소의 부정적이고 끈적이는 기운 닦아내기는 잘 모르겠고, 어떤 공간에 얽힌 내 부정적인 감정과 기억을 정화하는 데는 탁월하게 사용되고 있다. 덕분에 주 7일 3주 출근 큰 괴로움 없이 잘 했음. (물론 중간에 너무 못 놀아 빡친 우니히피리가 빼앵 하고 파업하긴 했지만.)
근데 이 것의 특장점이자 가장 큰 문제가 감정의 정화다. 갖고 있던 부정적이고 괴로운 감정을 뿌리채 뜯어낸다. 겉에 보이는 거만 곱게 걷어내지 않음. 콱 잡고 쑥 뽑아 내는데 이게 제법… 예사 통증이 아니다. 의도를 잘 세워서 정화범위를 지정해야한다. 잘못 건드리면 한 며칠 고생한다. 근데 고생하고 나면 마음이 참 맑아지고 쾌청해지는 것이, 제법 좀 중독적임.

세번째 오일은 03 Lavenderize. 이건 지금 제작 + 숙성중인데 중간중간 계속 몰래 쏠랑쏠랑 빼먹고있음. 사실 담은지 이제 열흘 정도 됐는데, 가지고 있는 임파워먼트 중 다른 에너지의 출력량을 뻥튀기 하는 애를 그냥 오일병에 통째로 어튠먼트 해버렸더니 벌써 에너지감은 충만해져있다.
아니, 얘가 사실 제일 배신의 맛이다. 내가 이거 만든 이유가 이거 바르고 히히! 영또!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 오컬트는 현대인의 리갈 사이버펑크 엔티크 뽕이다! 하기 위해서였는데, 아주 경건해짐. 삶과 영성의 밸런스, 사랑과 평화, 그리고 내가 지향해야 할 것과 그러지 말아야 할 것을 돌아보고 뉘우치게 만듦. 아니….
암튼 지금 좀 많이 홀리해져있다. 라벤더를 좀 더 추가했다 그래서. 프랑킨센스도. 아휴 정말. 일단 좀 더 묵혀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선 진지하게 영적인 것들을 고민하고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긴 한다. 붕붕 뜨는 맛이 영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아주 건전하고 경건하다.

네번째 오일, 04 Feed Your Guys. 마지막으로 만들었던 스피릿 헬퍼들을 위한 오일. 이건 진짜 에센셜오일 배합도 아주 높고 향도 독특해 어디서 맡아 본 적도 없지만 너무 달콤하고 맛깔나고 호불호 은근히 갈리지 않을 향이 굉장히 오래 지속되는 오일이다. 그러니 문제가 영존재 먹이라고 만든 건데 계속 인간들이 자기가 쓸려고 함. 뭐 어때, 좋은 게 좋은거지.
일단 친구들네 영존재들는 “이게뭐야? 특이해! 뭐임? 근데 좋아” 정도의 반응이고 우리집 애들은 “뭐여 한국인은 밥심인데 누가 아이스크림케이크를 갖다놨냐… 엥 근데 힘이 나긴 한다?” 같은 느낌임. 이거 말고 다음 건 이제 한약재로 오행 맞춰서 진득한 영양제 처럼 만들려고.

자 그러면 제목으로 돌아가서.
마법오일은 만들어 쓰는 게 이득이다. 오일을 쓰면서 누리는 공효도 공효지만 정성들여 만들면서 얻는 게 더 많다. 재료를 처음부터 사야 한다 해도 싸게 구하면 병 포함 10만원이면 1리터 만들고도 재료가 한참 남는다. (어디서 싸게 구하냐면 쿠팡…)
만드는 동안 여러가지 것들을 깨닫게 된다. 오일이라는 것이 단순히 섞기만 하고 축성하고 끝! 이 아니기 때문에, 끓이든 인퓨징을 하든 간에, 오일을 젓든 병을 흔들든 가공을 위해 오일에 뭔가를 해야한다. 그리고 그 동안 이 오일을 제작하는 의도를 불어넣어야 한다.
이때 마법이 일어난다. 내 마음에 켜켜히 쌓여있던 그 주제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 그것을 틀어막고 있던 거칠고 시꺼먼 에너지들이, 소원을 담아 오일을 만들고 있노라면 눈 녹듯 사라져간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이 사라지고, 내가 뭔가 대단한 것을 만들고 있다는 자만과 선민의식 비스므레 한 것도 사라지고, 그리고는 그냥 이 오일을 쓰는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만 남게 된다.
너무 다양한 종류를 만들 필요도 없다. 큰 주제의 틀을 정해서 배합을 달리해보며 실험을 해 봐도 좋고, 나 처럼 주제별 원툴로 가도 괜찮다. 실패한 오일이라는 것은 없어서 다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레시피를 짜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주제별로 해당 상응의 허브를 모아놓고, 4원소 상응도 확인한다. 그리고 4원소의 배합을 적절히 맞춘 다음 섞는다. 부족한 원소가 있다면 원석이나 다른 첨가물로 밸런스를 잡는다. 해외의 레시피에 나오는 허브가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다면, 해당 레시피의 허브들의 상응을 조사한 뒤 비슷한 구색으로 맞춰서 제작해도 된다. 한 몇 번만 해보면 감이 온다. 뭘 더하고 덜 해야 할지, 그리고 그렇게 짠 레시피는 인퓨징을 할지 에센셜오일을 쓸 지, 꽃을 쓸 지 풀을 쓸 지 등등을 타로 등의 도구를 통해 점사를 보고 결정한다.

재료가 간단해도 좋다. 다양한 것을 많이 넣는 게 좋다는 사람들과 간단해도 된다는 사람들의 주장은 각각 다르고, 나 또한 투 머치하게 다양하게 넣는 타입이긴 하지만, 간단해도 괜찮다. 의도와 정성, 그리고 상응만 맞으면 오일은 작동한다.

제단에 올려놓고 일정 기간 기도를 해도 좋고, 에스밧 축성을 해도 좋고, 에너지 충전을 해도 좋다. 뭐든 괜찮으니 자유롭게 만들면서 자신의 공식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위치크래프트는 이 힘들고 고된 인간의 삶, 조금쯤은 쉽게 가 보라고 대자연이 주시는 선물이니 모두가 그 기쁨을 누려보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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