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쓰다보니 점점 길어진다.
이게 특정 사안에 있어서 행성들끼리 시너지를 낸 부분들이 분명히 있고, 한 행성이 다소 치우치려는 부분을 다른 행성이 잡아주고 하는 균형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각 행성이 어떠한 역할을 했다 잘라 말하기 애매하고 불분명한 점이 있다.
그렇지만 최대한 기억과 감각을 되살려서 각각의 행성이 어떤 공효를 불러왔는지를 최대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화성
화성친구는 이름부터 아주 강인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공유하기는 좀 그렇지만, 누구든 들으면 와 화성! 할 법한 멋지고 우락부락하고 강한 이름을 가졌다. 7행성 중 가장 스펙터클 했던 것은 화성이 아닐까 싶다.
화성을 들이기 약 일주일 전 부터 나는 간만에, 사람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본래 인기가 좋고 눈치가 빠르며 언변이 좋은 타입인지라 그간 딱히 사람때문에 마음 고생 할 일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나름 나에게 안전지대에 해당하던 회사 내에서 "남탓하기"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을 조우하게 되었다.
첫 만남부터 인상이 다소 쎄한 면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친한 분의 친구라는 말에 믿고 함께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 사람이 궁지에 몰릴 수록 자신의 책임을 면피하고자 무조건 남탓을 하고 소통의 문을 꽉 닫아버리고 혼자 비뚤어져버리는 것이다. 너무 황당해서 대화를 시도해보기도 하고 어르고 달래보기도 했는데 문제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해결의 의지 없이 죄다 상부에다 보고를 해버리는 사태만 발생했다.
게다가 성향 자체가 타인과 소통하고 대화를 통해 조율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꺼려하는 타입인지, 업무 관련해서도 소통을 모두 회피해버려 클라이언트고 협업하는 팀원들이고 중간에 대화가 오가질 않아 프로젝트는 점점 산으로만 가게 되었다. 그 와중에, 이렇게 프로젝트가 망해가는 탓을 나에게로 돌려버렸다. 어지간하면 좋게좋게 해결 해 보려고 했던 내 의도와는 다르게, 프로젝트는 프로젝트대로 망하고 책임은 책임대로 내가 억울하게 지게 생겨버린 것이었다.
그걸 부정하고, 싸워서 이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런 일은 서비스직부터 강의를 하던 때 까지 내 삶에 비일비재했고, 그 수많은 진상들 중 이 인간은 하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다만 걸리는 것은, 상사가 상생과 협력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이 인간을 조지면서 동시에 상사에게 밉보이지 않을 만한 전략이 필요했고, 그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참기로 결심했었다.
그러던 차에 화성을 결제했다. 기억은 잘 안나는데, 회식 다음날이었던가 아니면 유독 지쳤던 어느날이었을 것이다. 이성적인 뇌가 살짝 기울어 있는 동안 내 본성 비스므레한게 충동적으로 화성과 수성을 결제해버렸다. 그리고 존재들은 며칠 지나지않아 도착했고, 아침부터 기력이 너무 없었던 나는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누워서 화성을 어튠받았다.
그런데 어튠을 받는 동안, 기력과 함께 다독이고 다스려두었던 화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분노 보다는 그래 한번 해보자, 같은 투쟁심 같은 거. 익숙한 감정이긴 한데, 도저히 다스려지지 않는 형태로 계속 치고 올라왔다. 그래서 그냥 인정해버렸다. 그래, 앞 뒤 가리지말고 저 놈부터 처단하자. 내가 지금 내 코가 석자인데 뭘 걱정하고 뭘 눈치를 보고 있나.
그 과정은 생략하겠다. 그리 아름답지 않아서. 나는 전면전을 싫어하진 않지만 어지간하면 후순위에 두는 편이다. 자료를 모으고 상황을 살피고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파악하며 가만히 숨어서 노리다가,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덤벼들어 공격하는 식으로 싸운다. 뱀 일주라서 그런가. 아무튼 누군가가 보면 비겁하고 치사하다고 할 방법이고, 또 누군가가 보면 정치적이고 현명하다고 할 방법으로 철저하게 상대를 괴멸시켰다. 아니, 괴멸시켰다고 하는 말은 좀 과한 것 같다.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고, 틈틈히 물어뜯기 시작했더니 궁지에 몰린 상대는 갈 수록 바보같은 선택을 반복했고, 끝내 자멸했다. 내가 질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너무나 빠르고 명확한 결과가 나타나서 놀라웠다. 보통은 짧게는 한두달, 길게는 반년가까이 걸리던데 이번에는 기껏해야 2-3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는 아주 효율적으로 상대를 압박했고, 그 과정에서 내가 그것을 의도했다는 것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글쎄, 그리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긴 했지만 내 기준에서는 너무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승리였다. 마치 막장드라마 같은 전개와 결말의 연속이라 얼떨떨하긴 했어도.
목성
엄격하고 자애로운 선생님 같은 존재였다. 목성을 들인 이후로 서류를 만지는 일이 많아졌다. 끊임없는 서류작업과, 금전적인 개념들을 다뤄야 했다. 전에도 한번 언급 했었던 것 같다. 나는 사주에 금이 없는데, 빼먹은 그 금이 사실 차트상에 역행하고 있었던 목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한 현실감각과 이성적 판단이 들어왔다.
내가 제일 싫어하고 기피하고 싶었던 개념인 경제관념(ㅋㅋㅋ)과 서류작업을 끊임없이 조우하게 되었다. 이게 아예 금융업계랑 일을 하게 되는 상황까지 가 버려서, 나 따위가 싫고 괴롭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럼 어쩌랴, 그냥 즐겨야지. 무작정 하다보니 오류도 많고 구멍도 많고 난리법석이었지만, 다행히도 그걸 도와주고 가르쳐줄 사람이 생겨서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왜 이런 작업들을 해야하고, 그 작업들이 어떻게 사업을 지탱하는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다.
평소같으면 일을 함에 있어서,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먼저 파악하고 그 이해관계 속에서 적당히 스스로를 끼워 넣어 업무를 진행했었다면, 이제는 뚜렷하게 사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금 만들고 있는 것들이 차후 어떻게 활용되고 왜 필요하게 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예전같았으면 하찮고 필요없고, 그저 귀찮은 일이라고 여겼을 것들이 그래서는 안되었던 것들이고, 그게 미비했기 때문에 내가 여태 업무상 미진한 부분을 자꾸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일을 못한다고 평가받지는 않는 편인데 나는 내 나름의 거대한 목표가 있는 사람인지라 그 목표에 비하면 지금의 내가 너무 서툴고 어린아이처럼 느껴져서 나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그 서툶의 많은 부분이 내가 등한시했던 것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또한 목성의 자애는 내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깊이감이 있었다. 무조건적으로 누군가를 받아주고, 수용하고, 그들에게 힘든 짐을 지우지 않는 것이 자애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저 내버려두고 지켜만 보는 것도 자애의 일종이라는 것을 배웠다. 꽤 오랜 세월을 사람을 가르쳤었지만, 타인을 가르치고 양육한다는 것이 그저 다 해주는 것이 절대 아님을 머리로는 알아도 그 선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여태 몰랐었는데 그것을 드디어 깨우치게 되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깨닫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토성
나는 대체로 대단히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사고하는 편이긴 한데, 동시에 매우 기분파이기도 하다. 기껏 이성으로 실컷 판단을 해놓고, 내 기분에 따라 결론을 내 맘대로 뒤집곤 하는 편이다. 돈을 쓰거나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판단하고, 그때그때 행동한다. 프리랜서로 살아갈 때는 나름 업계에서 실력이 좋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에, 그래도 됐었다. 사람들은 오히려 나의 그런 부분에서 장인의 무언가를 보고 가곤 했다. 그렇지만 그러는 내내 내가 행복했냐면,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나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기분을 맞춰야 했고, 내 기분이 어떨지 예측할 수 없어서 섣불리 미래의 약속을 만드는 것도 두려웠다.
이렇게 써 두니 사회 부적응자 같은데... 다행히 선을 넘지 않는 레벨에서,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그랬다. 근데 그러다보니 너무 힘들었다. 회사든 공적인 자리에서는 스스로의 기분에 휘둘리지않고 생활을 한다고 쳐도, 그 외의 생활에서 자신의 기분에 따라 살다 보니 쌓이는 것은 지방이요, 사라지는 것은 돈이었다. 사소한 일들은 미루기 일쑤고, 이렇게 미뤄진 일들이 나중에는 팩트와 관계없이 너무 거대하게 느껴져 회피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오곤 했다.
다행히도 사회화가 잘 된 어른으로 스스로를 성장시킨 덕에 어떻게든 안팎으로 인간다운 형태로, 어쩌면 많은 이들의 기준에선 제법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중인데 여전히 속은 끊임없이 흔들리며 고통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통은 늘 충동구매와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의 형태로 터져나오곤 했다.
토성과 연결이 되었을 때의 감각은 굉장히 묵직했다. 무겁고 침묵하고 있는 것. 토성과 관련된 에너지들이 대개 그러하듯, 밀도높고 차가우면서도 아주 안정적인 에너지였다. 토성 친구는 늘 침묵으로 말하고 있었다. 딱히 존재들과 사람 대화하듯 의사소통 되는 타입은 아닌지라 그들이 어떤 식으로 얼마나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토성이 침묵하며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이상하게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토성 친구가 온 이후로 확실한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줄줄 새는 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끝없이 뻗치는 어딘가로의 관심이라던가 사람에게 쓰는 시간, 에너지, 그리고 불필요한 매체나 자료들에 쓰게 되는 집중력 등등을 계속 인식하고, 그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써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게, "유튜브 보는 건 시간낭비야!" 라고 생각하고 유튜브에 쓰는 시간과 에너지를 자기계발에 쓰게 만드는 그런 류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사실 이걸론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아. 다른 활동으로 더 효율적으로 풀어보자" 같은 식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스트레스반응, 욕구불만 반응을 반복하던 것을 억누르려고만 했지 효율적으로 우회해보려고 하지 않았는데 (일단 시도는 했으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아주 컸다. 어느 누가 게임을 하는 대신 운동으로 풀어봐! 같은 건전한 조언을 쉽게 받아들이고 체득하겠는가.) 그게 어느정도 가능해졌다. 존재들이 도깨비방망이는 아닌지라, 뚝딱하고 저절로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서히 내가 스스로와 타협할 수 있는 폭을 점점 늘려가면서 바뀌는 것을 알게됨.
그리고 저 '줄줄 새는 에너지에 대한 인식' 은 아주 중요해서, 내가 어딘가에 또 마음을 흘리고 있다가도 순식간에 정신을 다잡고 챙기는 지표역할을 해준다.
태양
사실 직장에 들어온 이후로 늘 애매하던 것이 있었다. 내가 뭘 모르는지를 모른다는 것. 그래서 말 한마디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발언의 기회가 왔을 때 답지않게 머뭇거리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십년 이십년 일한 사람들과 비슷한 직급으로 들어왔는데, 야생의 프리랜서이던 나에게 팀을 이끄는 지혜와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개념이 있을리가 거의 만무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의 힘은 거리낌을 녹여준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힘, 감사한 것을 감사하다고 말하는 힘, 미안한 것을 미안하다고 말하는 힘. 밝게 인사하고 타인과의 벽을 녹이고, 내가 모르는 것을 그들에게 배우게 하고 그들이 부족한 것을 내가 채우며 이끌게 하는 힘이다.
태양 친구 온 뒤로 유독 주변사람들의 부족함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허물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채우고 상생할 것인지에 대한 포커스에 가까웠다. 팀원들의 장점, 단점, 그리고 내 장점과 단점을 어떻게 서로 보완할 것인지, 그리하여 어떻게 상생하고 함께 이끌어 갈 것인지를 단기간에 참 많이 배웠다.
물론 그런 상황에 놓여져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사실 태양의 힘이 없었다면, 그 상황이 그렇게까지 극적으로 조성되었을까 하는 킹리적 갓심을 품고 있음.
그리고 단순히 리더의 역할,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밝게 빛나며 구김살 없는 모습만을 보여주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중2병 대사 같아서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 거 말고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종종 쓰게 되는 문장이 있는데, 바로 "왕관을 쓴 자는 왕관의 무게를 버텨야 한다" 라는 것... 왕관을 씌워주는 것이 태양의 힘이라면 이제 그 왕관의 무게를 버티는 것은 나의 몫인데, 음. 성공적이진 않았던 것 같지만 아주 훌륭하게 해냈다고 생각 중이다. 지금은 또 새로운 왕관을 수여 받은 상태인데, 이 왕관의 무게중심은 또 다른 곳으로 쏠려 있어서 새로운 근육을 키우고 있는 중이고.
이상 7행성 후기 끝...
시련이니 축복이니, 그런 거창한 단어는 붙이고 싶지 않다. 세상의 힘과 에너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작용과 반작용이기 때문에, 어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행성의 힘이 불러져오면서, 그에 따른 반작용들도 어느정도 있다. 리더가 된 만큼 그 중압감을 버텨야 한다거나, 내가 진정으로 즐거워할 만한 것을 찾아냈다고 해도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 등의 환경을 조성하고 마인드셋을 바꿔야한다거나, 싸워서 이겼으나 패배자에 대한 예의와 관용을 갖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거나 등등.
그러면서 성장을 해나가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일직선으로만 자라고 있었다면, 지금은 넓게 가지치기를 하며 폭넓은 경험과 배움, 체험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삶이 마냥 편해지고, 저절로 이루어지고, 술술 흘러가게 해준다면 참 좋겠지만, 이 글을 쓰는 나나 읽는 이들이나 다 알 것이다.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는 것을.
세상의 잣대와 관념에 갖다대면 절대 완벽하다고는 하기 힘든 나 이지만, 이대로도 완전하다는 감각이 요새 생겨나고 있다. 일곱개의 행성 스피릿 덕분도 있을테고, 개인적인 수행이나 오라소마나 세션 등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이것이 결핍이 없는 상태의 인간의 마음인가, 하는 깨달음을 얻고 있음.
아무튼, 이제 좀 상대적으로 한가해졌으니 행성 스피릿들과 작업을 한번 해 볼 예정이다.
아직까지 폭풍같았던 한달의 여파로 삶이 안정화가 덜되서 당장은 무리이긴 한데, 다음주말쯤이면 이제 슬슬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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