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레스 아저씨의 7 행성 스피릿 후기.
그렇다. 결국 7행성을 다 모으고야 말았던 것이다.
어차피 다 모으려고 하긴 했는데 매달 조금씩 조금씩 모아야지! 결심을 했었지만 일이 너무 바쁘고 일상에 여유가 하나도 없으니 판단력이 흐려짐 + 일만 했더니 돈 쓸 데가 없어짐 + 지금이다 지금 모아야한다! 하는 마음이 섬 = 컬렉션 올 컴플릿 을 해 버렸다.
일단 후기가 대단히 길어질 것 같은 관계로 한번 끊겠다.
다음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 계속 이어서 쓸 예정.
7 행성을 다 수집한 후기
완벽하지 않은 나라는 존재를, 지금 레벨 내에서 최고의 버전이 될 수 있도록 확장팩을 풀로 설치한 기분. 마치 dlc 같은 느낌. 나라는 인간을 제대로 플레이하려면 필요한 어떤 모듈들과 파일들이 있을텐데 그것을 다 해금한 것 같다. 처음으로 목성 친구를 내려받을 때 부터 그런 느낌이었다. 나한테 부족한 어떤 것-그렇지만 완전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시기에 따라 잠시 들어오다가 나가는 기운들 같은 것들이 디폴트값으로 장착되는 느낌.
이것으로 인생의 문제가 다 해결된다? 그것은 아니다. 내 숙제는 내가 해야한다. 다만, 그 숙제를 잘 해낼 소양과 환경을 갖추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일단 7행성을 다 들인 이후로는 더 이상 오컬트에 돈을 쓰지 않게 되었다. 끊임없이 큰 지출 하면서 뭔가 찾아 헤매던 것이 있었는데, 그게 충족된 느낌. 일전에도 한창 영존재를 들이다가 비슷한 느낌이 온 적 있어서 아 이만하면 된 건가, 했는데 그저 영존재에 대한 호기심만 충족되었을 뿐 영적인 것에 대한 욕구가 해소된 것이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해소가 됨. 물론 이제 거기에는 YHVH 퓨전이라던가 HGA 이니시에이션 등 내 기준 "궁극기"라고 부를 만한 것들을 다 구비해서 그런 것도 있긴 한데, 이제는 모든 것은 다 내 안에 있고, 나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완전하다는 감각이 섰다.
무엇을 봐도 저거만 있으면 더 완전해질 것 같고, 더 행복해질 것 같고, 더 나은 내가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더 이상 들지 않는다. 호기심도 별로 없다. 호기심은 이미 채울 만큼 채웠고, 사실 호기심 핑계로 더 낫고 더 수승한 무언가를 찾아서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기도 하다.
딱히 영적인 기예를 습득하고 익히는데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앞으로 오컬트 지름은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다. 오라소마 정도는 꾸준히 사서 써볼 법도 한데, 이것도 기존에 쓰는 것들 다 떨어지면 채워넣는 정도로만 구매하지 이것저것 사 쟁이면서 경험해보지는 않을 듯하다.
달
가장 마지막으로 들였던 존재다. 그렇지만 사실 가장 시급하게 필요했던 존재기도 했다.
항상 불타는 대지같은 에너지 상태로 살았다. 삶의 기복도 어느 정도 있었고, 마음이 메마르고 척박한 와중에 화기는 틈틈이 치솟아 어디 한 군데 정착하거나 안주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고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그리고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어떤 자극이 없는 상태를 견디지 못했다. 계속 분노할 거리, 즐길거리를 찾아서 돌아다녔다. 그나마 21세기에 태어나 인터넷이 있었으니 망정이었다. 그 상태가 스스로에게 마이너스라는 것을 통렬히 실감해서 개선하기 위해 몇년을 노력했고, 덕분에 비교적 괜찮은 인간이 되었지만 그런 화기는 툭하면 피어올라서 주기적으로 발산해주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이나 환경을 공격하곤 했다.
달 에너지를 쓸 때 마다 감탄하는 것이, 그렇게 살아가며 늘 날카롭게 굴어 있는대로 메마르고 가늘어진 신경줄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나한테 제일 필요한 것은 금성도 태양도 아닌 달이었단 사실을 달 에너지를 쓸 때만 깨닫게 됨. Lunar spirit 에너지를 어튠받으며 또 오랜만에 마치 속에서부터 차오르는 듯한 부드럽고 포근하고 차분한 에너지를 경험했다. 그날 이후로 잠을 잘 잔다. 나는 워낙에 예민해서 자다 깨기 일쑤고, 심할 때는 새벽에 한번 깨면 그 뒤로 아예 잠들지 못하기도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것이 없다. 계절상 잠자기 좋은 계절이라고는 하나, 원래 그런 것이 드물던 나의 삶에 이렇게 몇 주간 매일매일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놀랍다.
확실히 신경을 안정시켜주고 마음을 차분하게 잡아주니까, 외부의 자극에 크게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매일 단련하고 다잡아도 타인의 폭발적인 감정에 휩쓸리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다. 그리고 동시에, 외부자극이 없으면 못견디는 상황이 가끔 찾아오곤 했던 것도 사라짐. 이걸 정향반응탓이라고는 하던데 이게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저 외부자극, 그러니까 제대로 보지도 않고 허전해서 틀어놓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등이 딱 꺼지면서 느껴지는 통증같은 적막감이 훨씬 덜 무겁게 느껴지게 되었다.
해당 스피릿은 대단히 여성적이고 모성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달빛아래 그 빛을 그대로 받은 하얀 대리석 여신상 같은 이미지였다. 어머니이자 성녀고 처녀이자 노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신비롭다, 말고 다른 단어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내가 가끔 조금이나마 불안정해질때, 나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존재들이 몇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되어준 존재다.
수성
수성은 아주 가볍고, 팔랑이는 느낌이라 처음 받았을 때 그 존재감이 미약했다. 처음 수성이 도착하고,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며칠간 어튠먼트를 받지 못했다. 그랬더니 밤마다 꿈에서 온 세상의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나에게 구애하더라. 어서 자기를 데려가라고 하는 녀석들도 있었고, 나한테 뭐라도 해 주라고 자기 주인을 괴롭히는 녀석들도 있었다. 자레스 영존재들로 인해서 꾸는 꿈들은 그 특유의 색감, 필터 같은 게 있다. 딱 그 색상의 필터로 그런 꿈을 반복해서 꿨더니 아, 이게 영존재가 어서 자기 데려가라고 나한테 보내는 시그널이구나 싶어져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연결했는데 그 느낌이 너무 가벼워서 내가 제대로 받은 것인지 조금 애매했었다.
그렇지만 일은 아주 잘한다. 나는 원래 모든 일을 미루고, 그것에 대해서 큰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니 죄책감과 책임감은 느낄지언정 그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그 죄책감을 선택하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수성 친구가 나에게 알려준 것은 주어진 일들과 이슈들을 재깍재깍 해소하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을 순탄하게 흐르게 만드는 기쁨이었다. 미룬 일이 병목현상을 만들어 일상과 업무에 발생시키던 체증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일을 반드시 해야하는 상황을 만들고 도와줄 사람을 붙여주고 어떻게든 시간내에 처리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몇 주간 행했더니 더 이상 일에 대한 회피가 발동되지 않더라. 게다가 커뮤니케이션 스킬 자체도 늘었다. 나는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딱히 어려워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힘들어 하는 편은 아닌데, 업무상 요청받거나 피드백 받는 것에 대해서는 제법 압박감을 느끼는 편이다. 뭐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이게 아무리 옅어져도 좀처럼 내려놓아지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엔 아예 해당 연락들을 회피하거나 미뤄버리곤 한다. 그런데 이 친구와 함께 한 이후로는 그게 아주 많이 없어짐. 부작용이 있다면 사무실 내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소통되는 창구가 되어버리니까, 모든 피드백과 요청이 나한테로 몰린다는 것 정도?
쓰다보니 깨달은 건데, 이번 주부터 투입된 새 사업에서 PM을 맡게된 것도 이 친구 역할이 크지 않을까 싶다. 태양인가 했는데 하루종일 껄끄러운 메일을 쓰고, 부담스러운 연락에 대응하며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을 보니 역시 이것은 수성의 힘...
금성
금성은 아주 예쁘고, 팔랑이는 에너지다. 소녀같기도, 나비같기도 한 그런 느낌이면서 동시에 디오니스소스적이고 헤르메스적인 유쾌하고 유동적인 느낌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끊임없이 변하는 느낌의 나의 금성은, 지금에서는 금빛의 커다란 요정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것이 금성의 덕분인지, 아니면 태양의 덕분인지 조금 아리까리한 부분이 있다. 왜냐면 두 존재 다 나에게 즐거움과 행복의 바이브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성이 좀 더 유쾌하고 향락에 가까운 즐거움이라면 태양은 뻗어져 나가는 양기와 같은 즐거움이라 해야하나. 6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밤 11시가 되어서야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는 한달 내내 나는 단 한순간도 크게 우울하거나 침체되지 않았다. 일에 대한 압박감도 게임처럼 다가왔고,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감각 등 어떻게든 그 속에서 나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아 그리고 또.
진정으로 일을 사랑한다는 것이 뭔지 알게 되었다. 이때까지는 불안과 두려움에 쫓기면서 일의 마감을 지켜왔는데 그것은 일을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어떤 욕망에 불과한 것이지 진정한 의미로 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내가 정말로 그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이 즐겁다면 타인의 평가와 인정 같은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까지 타인의 평가, 타인의 인정 같은 것을 신경안쓴다, 안쓴다 하면서도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였는데 (어쩔 수 없다 타인의 평가가 아주 중요한 직군이다) 이제는 그것을 내려놓는 방법을 하나 둘 배우게 되었다.
배운다는 것은 늘... 고통스러운 일이긴 하다. 다시 말해 그것을 알려준다고 해서 그것을 행하는 것으로 내 일이 항상 성공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란 것이다. 타인의 인정과 관계없이 내 일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실패와 쓴소리와 부정적인 평가도 감내해야 한다. 그것이 두렵고 무서워 그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금성 친구와 함께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하는 아이처럼 조금씩 조금씩 시도해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부정적인 평가와 좋지못한 피드백도 좀 받긴 했는데, 오 생각보다 별 타격이 없었다. 그냥 그렇구나,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 로 끝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일을 해도 스트레스가 크게 없었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업무들이나 답답한 사람들을 보면 속이 터져나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지만, 그 뿐이었다. 어쨌든 업무를 시작할 때나 마칠 때나 나는 즐거웠고, 이렇게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었다.
또 한가지 변화가 있다면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해야 즐겁고 행복한지 알 수 있게 된 것.
나는 무의미한 것으로 시간을 보내면 불행해지고,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해야만 행복해진다. 어쩔 수가 없다. 사람을 치열하게 미워하거나 사랑하든, 일을 치열하게 하든, 몰입과는 별개로 어떤 것을 위해 힘껏 싸우고 투쟁하고 쟁취하는 과정이 있어야 진심으로 삶의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이것은 번번히 금성과 관련된 신격을 접하게 되면 깨닫는 것이긴 한데 이 친구도 나한테 이걸 드밀지는 몰랐지... 늘 외면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하게 된 모양이다.
그래서 식단을 시작했다. 이것은 다른 존재들의 힘도 분명 작용한 부분인데, 그건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기로 하고, 여튼 뭔가 치열하게 추구하면서 살아보기로 결심을 했기 때문에, 일단은 내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 끈적한 악습과 좋지않은 에너지들을 쳐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짜릿함과 즐거움을 느끼게 도와주는 게 이 친구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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