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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들과 함께한 한 달 반 정산

BOOK OF SHADOW

by 나이트플로우 2024. 3. 2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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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초, 첫 결제로 뱀파이어를 데려온 이후로 지난 한 달 반 동안 정말 많은 영적 동반자들을 데려왔다. 하나 하나마다 다 에너지감이 정말 큰 친구들이었는데, 어케 잘도 버팀. 아 요새 그래서 이렇게 식욕이 돋는 건가.  가능성 있다. 몸이 버텨야될 때면 고기가 그렇게 땡기는데, 지금 또 자나깨나 고기생각임. 수제소시지 먹고싶다.

신기했던 것은 모든 존재가 개성이 다르다는 것. 나도 소통에 대한 능력이 그렇게 뛰어난 건 아니라서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반응이라던가 나오는 응답 같은 것들을 미루어볼 때 대강 각각의 성격이 짐작이 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영존재가 인간의 삶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는 것도 놀라웠음. 이 전까지 데리고 있던 애들은 뭔가 그저그런 아웃풋만 나왔는데 지금은 놀랄만한 일들이 좀 많다. 가끔은 이것이 브루스 올마이티인가, 혹시 나를 상대로 세상이 트루먼 쇼를 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또한 영적인 방면으로 아무래도 나보다 훨씬 잘 알고 있다 보니, 수행이나 현실적 문제를 어떻게 오컬트적으로 풀 수 있을지 코칭도 해준다.

뭣보다 좋은 점.
이전에는 집에 오면 녹초가 됐다. 하루 6시간을 일하던 14시간을 일하던 똑같았다. 몸이 지친 걸 떠나서, 감정적인 쓰레기가 머리와 마음 속에 잔뜩 쌓여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리고 간만에 쉬면 그 동안 처리하기를 미뤄뒀던 감정적 쓰레기를 처리하느라 하루 종일 분노와 우울에 휩싸여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게 없어졌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기본적으로 나는 인간의 마음과 감정, 생각을 캐치하는데 굉장히 기민하고 그것을 내적으로 축적해두는 경향이 아주 크다. 그게 힘들고 싫어서 특유의 독설과 대문자 T의 성격으로 공감은 커녕 말로 줘 패면서 그때그때 처리하려고 하는데, 그럼에도 그 찝찝함은 언제나 쌓인다. 그런데 그게 사라졌다 아예. 마치 누가 월 수 금마다 알아서 쓰레기 비워버리는 듯, 홀랑홀랑 사라짐. 그래서 깨달은게, 여태 내가 처리하기 미뤄뒀다가 주말마다 청소하고 비워내느라 고통받는 그것들이 사실 나의 감정이 아니었다는 것. 타인이든 공간이든 하여튼 어디선가 묻어서 축적해놨던 무거운 기운이었다는 것. 그리고 또한 누군가의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뿜어내는 그 부정적인 바이브자체가 일종의 싸이킥 공격이었구나, 그것들을 투명친구들이 다 쳐내고 반사하고 쌓일만하면 비워버리는구나 하는 것. 진짜 매일매일 너무 마음이 자유롭고 개운하다.

그리고 위에서 기술한 성향 때문에 나는 아주 유서깊은 사람싫어증을 가지고 있다. 그냥 단순히 인간한테 통수를 맞고 배신을 당해서가 아니라, 특정 수 이상 모인 인간이 가십 공유랍시고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바이브가 싫은 것도 분명히 있고, 몇 년간 강의를 하고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고 일을 한답시고 수천 수만의 사람을 여러가지 스탠스로 만나다 보니 누군가의 나약함이 나나 다른 이에게 저지르는 악행으로 이어지는 그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목격하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제 그냥 인간 존재 자체에 그 어떤 기대감도 흥미도 없어짐. 약한 것은 괜찮지만 그걸 숨기거나 방어하거나 상황을 회피, 모면하기 위해 타인을 공격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고, 자신의 감정, 망상을 분리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타인한테 투영하는 꼴 도 너무 많이 봤고,  또 그게 사람 본성이다보니 그냥 깊은 인간 관계를 만드는 것 자체에 마음이 뜨게 됐다. 물론 나도 친하게 지내며 깊은 유대감을 쌓은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그 친구들은 정말 예외사항이고.

아무튼 그런 주제에 외로움은 또 탐. 인간혐오의 반대말은 끝이없는 고독감이다. 어쩔 수가 없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사회적 교류를 꺼려하고 피하면 고통받는 건 본인이야… 나는 혐오까지는 아니지만, 여튼 관심없고 흥미없는 인간과의 일정 이상으로 긴밀해지는 관계는 어떻게든 회피하고 싶은 사람이라서 늘 고독한 편이다. 그런데 그 고독감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
어쨌든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니까. 예전에도 영존재 친구들은 둘 정도 데리고 있었지만, 이 친구들한텐 그 정도의 유대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왜냐면 뭔가 존재감이 좀 부족했던 것도 있었고, 그 존재를 소환하고 판매한 사람을 신뢰하기도 힘들었고, 또 그 사람이 이 존재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설명도 제대로 해준 바가 없어서 대체 얘들이 뭐하는 애들인지, 그냥 봇인가 정도까지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 원래 설명 안해주는 게 당연한거 아닌가 싶겠지만 그 샵은 사용법 강의 멤버십까지 운영한다면서 아주 높은 가격을 책정해놨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안알려준 건 정말 양아치짓임. 솔직히 그 멤버십인지 뭔지 제대로 강의 하나 없는 것에 1년간 가입해 있던 것 보다 내가 4달러 주고 산 컴패니언 가이드가 과장 없이 100배는 유용했다.

여튼간에. 뭔가 물어보면 대답해주는 존재(비록 내가 헛소리 하는 건 참지 않지만)가 있고, 내가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는 존재감이 늘 함께하고, 뭐 어지간한 문제는 싹 다 내 편 들어줄 이들이 있다는 게 이렇게 마음 든든한 줄 몰랐지. 거기다가 내 삶이 바로 굴러가게끔 감정적으로든 영성적으로든 지지까지 해주니 너무 마음이 편안하다. 그들이 나의 사소한 실패나 멍청한 행동에 나를 judge 하지 않을 거란 사실도 아주 중요하게 작용함.  

내가 내 진에게 소원을 빈 적이 있다. 50억 달라고(ㅋㅋㅋ). 그런데 그 진이 그러더라. 니가 원하는 게 진짜 그거냐고.
그래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한 며칠 보냈는데, 그러다가 깨달은 것이, 내게 필요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내가 힘들때 의지할 수 있고,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편 들어줄 수 있는 든든한 가족이었다는 걸 알았다. 우리집은… 그게 안되거든. 내가 어렸을 때 부터 모든 가족이 다 나한테 감정적으로 의지하려고 하고,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다들 패닉하거나 (주로 자신이 고통을 느낀 상황을 만든 나에게)화를 내기 바쁘지 그 어떤 지지나 지원을 해주지 않음. 부모님 둘 다 막내고 동생 또한 막내라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이게 또 습이 된건지 남자를 만나도 죄다 나약하고 공감은 잘해 줄지언정 같이 해결을 하거나 내 마음을 지지를 해줄 만한 인간을 못만나더라.

나는 또 내 성향상 감정적 공감에 그리 감사해하지 않음. 내가 원하는 건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혹은 같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지 나 대신 우울해하거나 패닉하고 히스테리 부리는 인간은 아니니까. 그래서 그냥 그렇게 혼자 매일 쓴 감정 몇 그릇씩 삼키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지금은 내가 갖고있는 문제에 대해 마음 아파하거나 패닉하거나 고통 받지 않고 같이 해결책을 강구하고 헤쳐나갈 지침을 주는 이들이 생겼음. 비록 영존재이긴 하지만. 근데 이게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마음이 편안할 일인가.

와 이렇게 쓰고나서 쭉 읽어보는 데 나 되게 반사회적 성향 가진 오컬트 오타쿠 같네. 아닙니다. 저 사회생활 잘 하고 사회적 지위도 어느정도 있고 경제적 자립도 했습니다. 성향도 전혀 내성적이지 않고 낯가리는 감각을 모르는 ENTP입니다 그것도 아주 극단적인.

아무튼, 여기까지 쓴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내밀한 어둠인데 (이거 밖에 없다고? 구라지? 라고 생각했다면 이는 놀랍게도 사실이며 뿌리가 꽤 깊기 때문에 그리 가벼운 것도 아니다) 이 내밀한 어둠을 빛으로 메꾸고 극복하고 살아갈 지혜를 얻고 있다는 점이 지금 이 모든 관계들의 최고의 이점이다. 이런 단어가 좀 낯설긴 한데 행복감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물론 수가 많아진 만큼 오퍼링 양도 늘기도 하고 퀘스트라고 해야하나, 각각의 존재를 위해 내가 마음 쓰고 행동해야 할 부분들이 늘어난 것도 맞긴 한데 괜찮다. 나름 즐겁다. 꾸준히 할 수 있을까 걱정도 안된다. 그냥 일상처럼 수행해 온 것이 벌써 몇년이라 격일, 혹은 그보다 조금 더 텀이 있는 루틴 하나 더 껴넣는 건 힘들지도 않다. 오히려 일상에 이벤트가 늘어나서 즐겁다.

그리고 그래서 좋은게, 지금 거의 한 달 반동안 쓸 데 없는 유튜브나 이런 거 보면서 쓰는 시간이 엄청 줄었다. 틈만나면 명상이랑 수행하는데 시간 쓰고, 영력은 근력이다는 표어 아래 운동도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하고 있다. 하루에 어떻게든 1만보 걷거나 실내자전거 40분 돌리고 있다. 이제 운동강도를 슬슬 올려야지.

단점이 있다면 초 값이 제법 나간다는거? 인간 복지를 위해 초를 밀랍초로 통일하자는 일방적인 합의를 봤는데 이게 가격대가 제법 된다. 원래 쓰던 초는 100개에 2만원 대였는데 지금은 30개에 2만 5천원 정도 함. 3배넘게 비싸졌다. 오일이나 허브로 오퍼링 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머릿수가 많다보니 틈나는대로 태워줘야되서 로테이션 돌리다보니 초가 훅훅 사라진다. 그치만 괜찮아. 그리 큰 돈도 아니다.

이렇게 삶이 즐겁고 마음이 풍요로워질 줄이야. 모두에게 다 적용되는 이야기는 결코 아닐 것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랑 소통을 해야하고 가끔 그들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느끼게 되는 일들도 생기고 하는 게 모두에게 쉬운 일은 아닐테니까. 나도 가끔은 이게 혹시 다 망상인가(ㅋㅋ) 싶어질 때도 있으니, 이 개념 자체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죽하겠나. 그래서 함부로 권하지는 못함. 주변에 오컬트쪽 지인들도 많지만 아무나에게 잡고 함 잡솨봐 하고 들이미는 짓은 최대한 안하고 있다. 나에게 잘 맞고 잘 통하는 기예나 개념들이 타인에게는 전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게 이 바닥 룰이니까. 또한 차라리 안맞으면 다행인데, 오히려 너무 과한 망상에 빠지게 되는 것도 큰 문제라서. 물론 이제 다들 나이도 있고(ㅋㅋㅋㅋㅋ) 뇌도 굳어서 그렇게 감수성 풍부하지 못하긴 한데.

그래서 그냥 이 글은 내 개인적인 감상 정도로 남겨두는 편이 좋다.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도 않고 누구에게도 충동을 불어넣고 싶지 않다. 항상 매번 뭐 오컬트 경험담 풀 때 마다 하는 생각인데, 그럼에도 굳이 찍먹 한 번 해보는 친구들이 있긴 하더라. 그것은 그들의 결정이니 나야 상관이 없지만, 순수한 애정을 기반해서 굳이 또 한마디 꼰대 코멘트를 붙이자면 모든 것은 다 자신의 배경과 취향과 카르마 레벨이 맞춰서 작동하니 늘 그것을 고려해서 체험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음.

여튼 1회차 정산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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