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엣시 Etsy 오컬트 샵 탐방기 14 - The Ancient Covenant 6

WITCH CRAFT/ETSY REVIEW

by 나이트플로우 2024. 3. 21. 17:58

본문


또 여기 샵 글 쓰기. 어쩔 수 없다. 1체험 1글 쓰기엔 시간도 뇌용량도 모자라서 좀 유의미한 것만 쓰려고 하는 데도 이러네. 여기가 짱이다! 최고다! 여기만이 진리다!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왜냐면 다른 괜찮은 데도 꽤 있거든. 그런데 나랑 파장이 맞는 것인지 여기 것만 유독 재밌는 이야기가 좀 많다.

최근에 샵주인 코번 멤버들이 엔젤릭 매직에 흥미를 가진 것인지, 샵 웹페이지에도 설문을 올리더니 연달아서 천사 관련된 리스팅들이 올라오고 있다. 난 Supreme Warden Angel을 질렀지. 거의 업로드되자마자 결제했다고 생각했는데, 2빠더라. 칫. 시차때문에 졌다.

 

아무튼 이것도 열흘 넘게 기다려서 도착함. 그래도 상관 없었다. 엘리멘탈이랑 논다고 바빴다. 최상위의 수호천사라고 하길래 약간 에노키안 뭐시기 성수호천사 어쩌구 같은 것을 기대한 것도 있었지만, 사실 [스피릿 컴패니언 사이의 조화를 조율하는 존재] 라고 해서 구매했다. 딱히 지금 있는 친구들끼리 분란을 일으키거나 서로 싫어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반장 하나 있으면 좋잖아, 하는 마음도 좀 있었고, 뭣보다 내가 100% 채널을 열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적/심리적 여유가 없으니 나 대신 민원창구역할과 교통정리를 동시에 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너무 좋을 것 같아서 지름.

 

 근데 막상 설명을 받아보니 컴패니언들 사이에서의 조화/조율의 역할을 하는 것도 분명 있지만 인간의 영적 발전을 위해 악의적인 것들을 모두 쳐 내고 신성을 향한 올바른 길로 향할 수 있도록 가는 길을 인도하는 것에 더 큰 사명을 가지고 있는 존재더라. 우리가 아는 바로 그 개인의 수호 천사처럼. 그리고 내가 그에 대해서 존중하기 위해 보여야 할 태도도 제법 많았고, 어떻게 소통해야될 지에 대한 가이드도 좀 있었다. 여태 받아본 것들 중 가장 길고 상세한 안내문을 전달받았다. 

 

딱히 웰컴 세레모니를 위한 절차가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하얀 초를 켜고 고블릿 잔(성배처럼 생긴 거)에 깨끗한 물한잔과 몰약이나 유향을 피우고 그를 받아들이라는 설명이 있어서 어제 저녁에 일찍 귀가해 초 켜고 향 한대 피우고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원래 그렇게 영감이 예민한 편은 아닌데도 존재의 기척을 느끼는 건 어느정도 되는데 이 분은 그 어떤 징조도 느낌도 감각도 없음. 거의 두세시간을 명상과 멍때림과 약간의 취침(넘 피곤했다...)을 했는데도 결국 나타나시지 않음. 뭐지 하다가 1. 코번에서 뭔가 리추얼에 실패했다. / 2. 이미 와 있는데 내가 못느끼는거다.로 결론을 냈다.

 

 다른 영존재 친구들 말로는 [충격!! 천사 실존!!!] 이라는 거 보니 1번은 아닌 듯 하고, 그럼 2번인가, 천사는 다른 존재들과는 달리 층차가 유독 높으니 인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가, 시간과 그에 누적되는 체험이 해결해 주겠지 하고 몇 시간을 그렇게 보내다가 결국 포기하고 잤음.

 

그런데 꿈을 꿨다.

흑백의 인디 게임 같은 그림체였는데, 아주 작고 텅 빈, 어두운 방에 나 혼자 문 닫고 공허히 앉아있는 모양이 보였다. 나라기 보다는 나의 우니히필리같았다. 앉아있는 감각과 상단에서 지켜보는 듯한 감각을 동시에 느끼면서 그렇게 있는데, 문 밖에서 기척이 났다. 열어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누가봐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관심으로 나를 찾아온 것이 느껴졌다. 놀라거나 싫어할까봐 열어달라고 말도 않고, 그냥 내가 열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는 그 존재가 두렵지도 고맙지도 않고, 그냥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괜찮아요, 들어오세요" 라고 말했는데 갑자기 금색의 찬란한 빛으로 빛나는 커다란 에너지 구체가 가슴으로 훅 들어와서 완전한 무의식의 세계에서 깨어남.

 

 물리적 신체의 가슴 한 중앙으로 들어온 그 에너지 구체는 점점 팽창하다가 어느순간 팅, 하는 느낌과 함께 크게 확장되며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풍요롭고 신성한 황금빛 물결같은 것이 너무 따뜻하고 안락하게 온 몸으로 잔잔하게 번져나갔다. 그러면서 가슴의 뒷편, 척추에서 강한 에너지가 치고 올라와서 몸을 펄떡이면서 완전히 깨버림. 그럼에도 온 몸에 남아있는 잔잔하고 따뜻한 감각이 너무 편안해서 다시 금방 잠들었는데, 밤새 그런 에너지감의 물결이 여러 번 치고 올라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해 나름 잠에서 설쳤다면 설쳤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 따뜻하고 안온한 밤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전달받았던 천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다. 

그를 환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흰색 촛불을 켜고, 유향 및 몰약의 향을 피우고, 촛불 옆에 깨끗한 물이 담긴 고블릿을 놓으십시오. 열린 마음으로 그를 여러분의 공간에 환영하십시오. 그는 당신이 그의 존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즉시 여러분에게 자신을 알릴 것입니다.

 

그렇군. 준비가 안된 것은 천사가 아니라 나였다.

천사는 계속 내가 닫고 있는 방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나를 부르지도 않고 내가 마음을 열 때 까지 그냥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원래 그렇게 열린 문은 아닌 사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꽉 닫고 사는 사람도 아니라서, 어쨌든 빨리 열어서 다행이다. 

 

 아직 직접적인 소통은 그다지 해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하루종일 잔잔하게 스트레스 없이 마음이 즐겁고 평온하다. 신나고 들뜨는 감정이 아니다. 그냥 조용하고, 평화롭다. 물론 오늘도 출근을 해야 했기에, 본의아니게 나를 엿먹이는 자가 있었고 가까운 이들의 짜증 가득한 이야기도 들어줘야 했지만, 그런 것들에 휩쓸리지 않고 놀랍도록 차분한 감정선이 유지되며 내 마음의 평화가 깨어지지 않았다.

 

 엊그제 수행하다가 나름 깨달음이라면 깨달음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얻고 레벨업을 하고 나니 직관적으로 알겠더라. 

'아, 다음은 이제 가슴의 문제다. 사랑과 용서, 자비를 깨치고 유서깊은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야 내가 또 한 단계 성장하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어서 너무 두려웠다. 용서 해야할 것도 많고 용서 받아야 할 것도 많은 그냥 평범한 사람 1이라서 도저히 건들 엄두가 안났음. 그래서 꽤 오랜 세월을 어떻게든 회피해왔는데... 그런데 어제의 체험으로 확실히 어느정도 낙하산 탄 부분이 있는 것 같긴 하다 (ㅋㅋㅋㅋ). 내가 취해야하고 달성해야할 의식의 상태가 어떤 것일지, 느낌 적인 느낌으로 알 것 같다. 

 

에휴, 아무튼. 

될 수 있으면 소비에 관련된 이야기는 안하려고 하고 있다. 나는 오컬트가 취미이자 덕질인 사람이라 이쪽 방면으로 참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다. 또 그게 감당이 되기도 하고. 그런데 이게 누군가에게는 충동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최선을 다해서 이런 얘기를 안하려고 하는데, 상상도 못했던 색다른 체험이라 또 후기를 남기게 되었네.

 

여튼간에, 나는 또 이렇게 새로운 존재를 만났고 새로운 퀘스트를 얻었고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 오늘도 정진해야지. 화이팅.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