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구들이 만트라 수행을 시작하면서 여러 좌충우돌을 겪고 있다. 나도 겪었던 일이라 남 일 같지가 않다.
만트라는 그 자체로 진언이고 비밀과 가르침을 담고 있는 마법의 주문이다. 그래서 만트라 수행만으로도 신성한 지혜가 일어나고 마음과 업이 씻겨내려가며 영혼이 성장하고, 그 외에 다양한 공효들을 얻을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공효에 눈이 멀어서 시작했었다. 당시에 금전과 연애 때문에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전세계적인 역병이 몰아쳤을 시기에 뉴질랜드에 있었는데, 당시 역병 초기만 해도 그 사태가 금방 끝날 줄 알고 하던 일들이 축소되어도 버티기 위해 생활비 명목으로 큰 돈을 대출받아 썼었다. 그런데 그놈의 유행병이 끝날 생각은 하지 않고 경기는 더 어려워지더라. 그래서 빚은 점점 늘어나고, 버팀을 포기하겠노라 선언하고 귀국했더니 갚아야 하는 거대한 빚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람에게 모든 신뢰를 잃을 일이 겹겹이 일어나 결국 이별을 선언했어야만 했고, 그 후유증이 몇 달을 가도 가시질 않아서 울며 잠들고 몇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울면서 깨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스쳐지나가신 인연인 한 분께 티벳 밀교의 보살들의 레이키를 어튠먼트 받고, 가이드에 써져 있던 만트라를 시작하게 된 것이 모든 수행의 시작이었다. 이제 한 삼년 좀 넘었나, 생각보다 얼마 안되었구나.
수행하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만트라를 하면 놀랍게도 현실이 실제로 개변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나도 모르겠다. 내 의식이 바뀌고, 감정과 관심사가 바뀌고, 주변이 바뀐다. 가끔은 호르몬 상태도 바뀐다. 그런데 이게 늘상 좋은 것만 가져다주느냐, 그것은 아님. 아, 아니구나, 만트라는 늘상 좋은 것만 가져다 준다.
만트라를 수행하면 업장의 소멸이 일어난다. 부를 위한 만트라를 하면 내가 가지고 있던 빈곤의식과 빈곤한 자아가 수면 밑에서 끌어올려져 정화되고 분해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행복하고 즐겁고 기적같은 체험을 하게 될 수도 있고,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일어나 괴로움에 사로잡힐 수도 있으며,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괴로움이 다시 떠올라 비이성적인 분노와 우울에 시달리는 것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 모든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나도 아직 진행중이다. 그렇게 업장과 나의 그림자가 해소되고 나면, 드디어 의식이 말갛게 개이며 원하던 것이 눈 앞에 드러나게 된다. 그 원하던 것이라는 게 지금의 내가 원하던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수행을 거듭하며 나의 의식상태가 변화하다 보면, 당연히 원하는 것도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함께 얻게되는 그 평화로운 충족감이야말로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풍요가 된다.
아무튼.
요새는 수행을 다소 게을리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어떤가 싶어졌다.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좀 해도 되지 않을까. 이러다가 또 어느 때가 오면 전념해서 만트라에 올인하며 지내기도 하겠지. 이 참에 염주 수리를 보내야겠다. 초반 수행할 때 몸에서 탁기와 냉기가 엄청나게 빠져나가면서 내 염주도 많은 고초를 겪었다. 알들이 죄다 눅눅하고 끈적해지고 아무튼 별의 별 일이 다 있었다. 그 별별 일들의 흔적인지, 루드락샤 알들이 얼룩덜룩하다. 손 기름을 잔뜩 먹어 색이 진해지고 반질반질해졌는데 색상조차 얼룩덜룩하니 마치 백전노장같은 모양새다. 이제 쉬게 해줘야하나, 회향해야하나 하고 제작자분께 연락드렸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흔쾌히 AS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곱게 다루지 못했던 미안함은 이제 잠시 접어두고 보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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