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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에 집착하지 않기

DIARY

by 나이트플로우 2024. 2. 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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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새로운 에너지를 받았다. 늘상 사용하던 것들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뭔가 새로운 게 (특히 강력한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새로 얻은 에너지는 강력한 활기와 의욕을 불어다 넣어줬다. 그렇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고민했다. 대체 부족한 것이 뭘까.
 
 어느 순간부터 집착하게 되고, 또 어느 순간부터 아무렇지 않아지는 것이 "체험"인 것 같다.
수행을 하고 에너지를 처음 접해보던 초창기에는 몸의 에너지통로가 열리면서 다양한 체험을 하기도 했다. 메세지를 받기도 했고 빛을 보거나 특정한 소리들을 듣기도 했으며 향이 난다거나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체험도 했고 빛처럼 번득이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비전을 보거나, 미래를 예지하기도 했고 영적인 감각이 예민해져 에너지나 다른 존재에 민감해지기도 했다.
 
 정화가 이루어지면서 몸에서 냉기가 빠져나가는 일도 종종 있었고 몸의 에너지 센터에서부터 탁기가 요란하게 빠져나가는 일도 많았다. 해묵은 감정과 기억들이 떠올라 폭풍처럼 울거나 화내는 일들도 종종 있었고 어찌할 수 없이 범람하는 감수성의 바다에 빠져서 몇 주를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런 체험이 사라졌다. 뭔가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체험이 일어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었다. 늘 하던 수행을 반복하다가 어느 날 해묵은 찌꺼기가 훅 빠져나갈 때도 있긴 했지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가 훨씬 많아졌다.

그런데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나는 현실이 더 중요했으니까. 딱히 영존재를 보거나 그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욕망도 없었고 그냥 오롯이 내 삶을 더욱 이해하고 잘 살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뭣보다 선배들이, "체험은 그냥 허상이다" 라고 누누이 말해왔던 바가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많이 다잡았다.

그런데 최근에 좀 집착하게 됐던 것 같다. 혼자만 하던 수행에서 발전해 타인에게 세션을 해주거나 에너지가 담긴 물건들을 만들면서 더 잘하고 싶고 더 좋은 걸 만들고 싶은 욕심이 넘쳐서 마음이 또 좀 앞섰던 것 같다.

처음 이거저거 접하면서 수행을 할 때를 생각해봤다. 기운이 열리면서 뭔가 작용이 일어나면 그 체험을 도와준 것이 마냥 영험한거라 믿고 따랐다. 그러면서 참 좋지 못한 인연도 많이 만났었다. 그저 현상에 눈이 멀어 독을 마신걸 수도 있고, 수행의 과정에서 카르마를 청산하기 위해 만났어야만 했던 인연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어떤 현상에 집착할 때 마다 함정에 빠지게 됐다. 또 그런 함정에 빠질 뻔 했구나, 빠져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으면서, 하고 조금 아찔해졌다.

어쨌든 바르게 살아야지.
요즘 계속 생각하는 것이 있다.
스스로의 삶이 어그러져 있고, 거짓되고, 좋지 않은 행동을 일삼고, 타인의 흉을 보기에 급급하고, 건강하지 못한 생활을 하며 좋은 인연을 지속하지 못하는 이들이 영성을 논한다는 건 살이 뒤룩뒤룩 쪄서 자기관리가 하나도 되지 않은 트레이너가 PT하겠다고 하는 거랑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는 것.
비록 인성과 영성은 별개라는 말이 있다 하나 그런 영성의 끝이 그리 아름다울 것 같지도 않다. 그런 영성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니 실수할 수 있고, 어리석을 수 있지만 항상 명징하게 깨어 있어야지. 아무튼, 또 집착하려고 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하던 작업이나 마저 해야겠다. 밤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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